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보셨을 겁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항상 강팀들만 주목받는데, 이번엔 어떤 복병이 나올까?" 저도 2025년 3월 미국 투손에서 열린 예선 라운드를 직접 보면서 똑같은 궁금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콜롬비아가 브라질, 중국, 독일을 상대로 3전 전승에 득실차 +22(23득점 1실점)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내는 걸 보고 나서, 이 팀이 본선에서도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17년과 2023년 연달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콜롬비아는 과연 2026년 대회에서 베테랑 투수진의 힘을 빌려 8강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예선 3전승의 비밀, 베테랑 투수진의 클래스
콜롬비아가 예선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의 핵심은 단연 투수진이었습니다. 특히 1차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훌리오 테헤란의 호투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여기서 선발 투수(Starting Pitcher)란 경기 시작부터 마운드를 책임지며 초반 5~7이닝을 소화하는 핵심 투수를 의미합니다. 테헤란은 6이닝 동안 단 1피안타 무실점으로 브라질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고, 덕분에 콜롬비아는 5-0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MLB 통산 80승 이상의 경력을 가진 테헤란은 2023년 대회에도 출전했지만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예선에서는 달랐습니다. 그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여전히 날카로웠고, 무엇보다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는 점이 컸습니다(출처: 저스트베이스볼). 단기전에서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 버텨주면 불펜이 편해지고, 다음 경기를 위한 체력 안배도 가능해집니다. 이게 바로 베테랑 투수의 가치입니다.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8-1 승리를 거뒀는데, 여기서 저를 놀라게 한 건 하위 타선의 폭발력이었습니다. 명단 분석에서 언급된 헤수스 마리아가는 이날 4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예선 3경기 통틀어 타율 0.500, 7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상위 타선의 지오 우르셰라와 도노반 솔라노가 견제를 받는 사이, 하위 타선에서 홈런과 2루타가 터지며 상대 투수진을 무너뜨렸습니다. 솔직히 이건 제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리아가는 2021년 싱글A에서 방출된 후 독립리그를 전전하던 선수인데, WBC라는 큰 무대에서 이렇게까지 해낼 줄은 몰랐습니다.
3차전 독일과의 경기는 더욱 압도적이었습니다. 1회에만 5득점을 터뜨리며 조기 승기를 잡았고, 최종 스코어 10-0으로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습니다. 여기서 콜드게임(Mercy Rule)이란 일정 점수 차 이상 벌어지면 경기를 조기 종료하는 규칙을 뜻합니다. 콜롬비아는 이 세 경기 동안 단 1실점만 허용했는데, 그마저도 비자책점이었습니다. 즉, 투수 자책점(ERA)이 0.00이라는 완벽한 마운드 운영을 보여준 겁니다. 포수 자이르 카마르고의 영리한 리드와 내야진의 견고한 수비력도 한몫했습니다.
예선 3경기를 직접 관전하면서 저는 콜롬비아의 전술적 완성도에 감탄했습니다. 단순히 개인 기량이 뛰어난 게 아니라, 팀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였습니다. 이런 모습이 본선에서도 이어진다면 푸에르토리코나 쿠바 같은 강팀들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봅니다.
'A조 복병' 콜롬비아, 본선에서도 통할까?
콜롬비아는 2026 WBC 본선에서 푸에르토리코, 쿠바, 캐나다, 파나마와 함께 A조에 속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조를 '죽음의 조'라고 부르는데, 저는 오히려 '혼전의 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전력이 비교적 평준화되어 있어 어느 팀이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명단을 살펴보면 콜롬비아의 최대 강점은 단연 선발 로테이션(Starting Rotation)입니다. 여기서 로테이션이란 팀의 주요 선발 투수들이 순서대로 등판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호세 퀸타나와 훌리오 테헤란으로 이어지는 원투펀치는 도합 650경기 이상의 MLB 등판 기록을 자랑합니다. 퀸타나는 2017년 WBC에서 미국을 상대로 5.2이닝 1실점이라는 호투를 펼쳤고, 이 경기는 대회 최고의 명승부로 꼽힙니다(출처: MLB 공식 통계). 37세인 퀸타나는 최근 콜로라도 로키스와 1년 6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 중입니다.
본선 조별리그는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의 히람 비토른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푸에르토리코는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지만, 콜롬비아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콜롬비아의 핵심 승부처는 쿠바와의 1차전입니다. 쿠바를 잡으면 8강 진출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반대로 지면 푸에르토리코나 캐나다를 상대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다만 약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른 강대국들에 비해 선수층(Depth)이 얇은 편입니다. 선수층이란 주전이 부상이나 부진에 빠졌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백업 선수들의 두께를 뜻합니다. 콜롬비아는 주전 라인업은 강력하지만, 후보 선수들의 경험치나 기량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또한 불펜의 안정성도 의문입니다. 리버 산마틴과 나빌 크리스마트 같은 구원 투수들이 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얼마나 버텨줄지는 미지수입니다. 2023년 대회에서도 콜롬비아는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경기 후반 뒷심 부족으로 아쉽게 패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콜롬비아가 8강에 오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 생각에는 다음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 퀸타나와 테헤란의 안정적인 선발 등판 (최소 5이닝 이상 소화)
- 엘리아스 디아스와 호르헤 알파로의 포수진 리드와 타격 지원
- 초반 득점 후 확실한 리드 지키기 (불펜 소모 최소화)
특히 초반 득점은 정말 중요합니다. 예선에서 독일전 1회 5득점처럼, 초반에 리드를 잡으면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고 상대 팀의 사기도 꺾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초반에 실점하면 불펜을 과도하게 소모하게 되고, 다음 경기에까지 악영향을 미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콜롬비아가 A조에서 2위 안에 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푸에르토리코나 쿠바 중 한 팀을 잡고, 캐나다나 파나마를 상대로 확실히 이긴다면 8강 진출은 현실이 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예선에서 보여준 그 경기력이 본선에서도 이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콜롬비아는 2026 WBC에서 베테랑 투수진의 경험과 젊은 유망주들의 패기가 조화를 이룬 팀입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는 아닐지 몰라도, 상위권 팀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언더독'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예선 3전승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선에서도 콜롬비아가 어떤 경기를 펼칠지 기대가 됩니다. 저는 3월 4일 개막전부터 콜롬비아의 경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응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저스트베이스볼 : https://www.justbaseball.com/international-baseball/team-colombia-news-world-baseball-classic-2026/